올해 세 번째, 호두마을을 다녀왔다.
지난 봄과 여름, 大事(!)를 치르며, 각오했다.
Dhamma 공부를 더 꾸준히 하리라. 그리고 위빳사나 수행을 본격적으로 하리라.
좋아하는 여행도 더 많이 하고.
파리 行 티켓을 일찍이 발권해 둔 것도 그 마음에서였다.
2014년 여름, 산티아고 길에서 '내가 나에게' 했던 약속이 생각났다. '언젠가 다시, 이 길에 서리라'
그래, 다시 그 길 위에 서자.
마음이 일자 거침이 없었다. 발권과 계속한 까미노 공부.
그리고 펄떡이는 마음을 까미노 카페에 남겼다.
그러나, 이제 다른 글을 써야한다.
가슴 벅차하며 기다렸던 까미노를 가지 않는다고.
2주일동안 숙고한 후, 뱅기표를 5일 전에 취소하고 환불 받았다.
마음이 변했다.
어느 날, 내가 정말 까미노를 원하나? - 한 생각이 일었다.
여름날 하늘의 뭉게 구름 변하듯, 마음이 오고 갔다. 그것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오고 가는 것을 알아차리며 내가 더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봤다.
좋아하는 여행이고 기다렸던 까미노 길이고, 여전히 가슴은 뛰는데, 걸리는 건 뭐지?
주시했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공부와 수행.
그 생각을 하지 않고 까미노를 결정한 것도 아니었다.
길 위에서 공부도 하고 수행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아쉬움이 있었던 거다.
지난 9월 집중 수행 참여 이후로 새벽마다 앉는다.
1시간씩.
작년까지 한번씩 갔었던 **선원에서 했던 入正때의 마음과는 달랐다.
여전히 마음은 계속 달아나고 졸음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무릎과 허리의 통증은 숨쉬는 것까지 막기도 하는데,
그 순간에도 달아나는 마음을 계속 관찰하고 있었다.
그리고 삶이 한결 더 편안해졌다.
경계의 순간에 실제를 보기 위한 마음 관찰의 힘은, 대단했다.
물론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학장스님께 가르침 받은 Dhamma공부와 그동안 나름대로 해온 공부들이 바탕이 됨을 안다.
그러나 10년 넘도록 꾸준히 앉는 게 너무 힘들었다. 2009년부터 앉기 시작했는데, 앉는 둥 마는 둥.
그러나, 그 마음은 언제나 간절하여 축서사에서 무여스님께 화두 참선도 조금 배웠고, 덕현스님 몇 번 찾아 뵙고 공부도 하면서 그 끈을 잡고는 있었다. 그러나 잘 안 되었다.
그러던 것이 호두마을에서의 집중수행 참여 이후로, 드디어 앉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로서는 기적이다.
10월, 11월 주말 수행 때 사야도와 그룹 인터뷰도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된다.
수행에 탄력이 붙었을 때, 밀치고 가고 싶은 마음.
또한 일주일마다 학장스님께 배우고 있는 '近,聞思修' 교학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깝고.
여행과 수행(공부) 가운데 하나만 선택하라면?
망설임이 없었다. 더 고민할 것도 없고.
그러자 까미노에 대한 마음이 차분해졌다.
뱅기표를 취소하고 호두마을 내년 수행일정표를 확인했다.
마음은 언제나 관찰 대상이다. 지켜보자. 어떤 마음들이 오고가는지.
선택하고 책임지기.
주말 수행은 2박 3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여행을 다녀온 것 이상으로 기분 좋고 가볍고 밝고 힘난다.
내가 가는 길이 나의 길이다.
덧 붙임 : 내가 하하호호 할머니가 되어서도 할 거.
- 자애(metta)를 바탕한 수행, 담마 공부, 여행, 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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