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旅.行.

10월의 길 떠남, 두 번째_그리운 봉화 그리고...

metta-miya 2024. 10. 27. 20:30

 
10년 전 여름이 끝나갈 무렵 떠났던 안동 여행의 마지막은 청량사였다.
호젓한 산길을 힘들이지 않고 오른 후 만난 청량사는, 세상에나...감탄이 절로 나왔다.
안동에서 청량사를 찾아가던 길에서 보았던 산 중간중간에 자리 잡은 바위가 풍기는 위세가 예사롭지 않더니만, 그 품에 들어서서 보니...감탄만 나왔다.
그때의 기억이 남았던 까닭일까?
 
대구 주변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도시를 떠나고 싶었다. 퇴직을 할까도 생각해 봤지만, 가정 경제를 생각했을 땐 좀 더 일을 해야할 상황이었고.
그때 청량산이 생각났다. 그래. 봉화로 가자.
 
가끔은 앞뒤 생각하지 않고 직관적인 선택을 할 때가 있는데, 그때도 그랬다.
1지망 봉화, 2지망 영주로 내신을 냈다.
조건(원하는 곳으로 내신서를 내는 것)은 내가 만드는 것이고.

그해는 봉화에 있는 중학교 3곳이 청량중으로 통폐합되던 때로, 그곳에 있던 분들도 갈 곳이 없는 판국에, 이동 점수가 바닥인 내가 아무래도 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누가 귀뜸해줬다.
못 가면 근무지에서 1년 더 채워 고등학교 5년 근무한 특례로 내년에 가지 뭐.
가든 못가든, 일단은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던진다. 늘 그랬듯이, 가고 싶은 곳을 1순위로. 
인사 발령이 났다. 원했던 그곳으로.

아마도 다른 분들은 쫄아서 안 냈으리라 추측(자리가 없어졌으니 경쟁이 더 치열하리라 지레 짐작해 아무도 안 낸듯, 역시 이것도 내 추측)했다.
너무나 좋아서 3월 신학기가 시작도 되기 전에 발령지 학교에 미리 가서 구경까지 했다.
 
전입 환영회를 해주며, 대도시에서 산골로 간 나를, 축하를 해야할지 위로를 해야할지 좀 애매해하시는 분들께, '처음 다니러 왔을 땐 3대의 덕을 쌓아야 올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는데, 몇 일 근무를 해보니, 3대로는 어림없고 5대의 덕은 쌓아야'하는 곳이라고 소감을 말했던 나의 봉화.
 
울창한 소나무와 아름드리 큰 나무들, 자연에 감탄하고 순박한 아이들에 더 감탄하면서, 4년을 보내고 다시 대구 근교로 나왔지만, 봉화는 언제나 내게 그리운 곳이다.
 
오늘은 그곳에서 만났던 고운 사람들, 동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봉화의 어른 사람들도 참 순하고 고운 이들이 많았다. 봉화의 하늘과 바람, 산 그리고 나무들이 모든 존재를 그렇게 순하게 만드는 것일까? 첫 해에 만났던 그들을 지금까지 만난다. 무슨 자매 상봉처럼.
먼길을 한달음에 달려와 주었던 그녀들에게, 이번엔 내가 가리다, 전하며, 두근두근 콩당콩당 기다렸다.
 
우스개로, 봉화를 강원남도라 칭하는 곳이라서 그곳을 시작으로 강원도도 둘러보리라 생각하자니, 들레가 생각났다.
거기까지 가는데, 그녀를 꼭 만나 따뜻한 밥 한끼 사줘야지. 들레는 3년 전 내가 주관했던 독서모임에 봉봉의 안내로 들어와 순한 모습으로 함께 하며 인연을 맺었던 이였다.

소백산 자락 밑에서 남편과 함께 사과 농사를 짓으며(시아주버니 농장) 아름답게 살고 있는 부부와 맛난 점심을 먹고 그들의 농장을 구경하고(감탄감탄~) 한아름 안겨주는 사과를 덥썩 받아왔다.
원래도 그렇지만 참 예쁜 사람이었다. 가족 모두가~
어여쁜 사람에게 어울리도록 나도 더 어여쁜 사람이 되어야지~^(^

 들레와 헤어지고 부석사로 갔다.
대학교 2학년 가을 답사 때 처음 갔었던 부석사는 내 기억 속의 첫 번째 절이었다. 봉화 근무지에서 뒷길로 10분 정도 거리여서, 퇴근하고 수시로 가서 일몰을 보곤했다. 가을 아침 햇살 받아 이슬 먹은 사과가 은행나무 보다 더 예뻤던 그곳은, 오래 전 그 풍경은 아니지만, 비교적 옛 모습을 간직한 절이여서 자주 갔다. 퇴근 후 들러서 일몰을 보고 갈 정도이니 그 시절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그때도 무척 좋아했는데, 그 시절을 떠올리니 지금도 좋다. 부석사는 여한이 없지만 기회되면 또 가리라.
 
10월의 오후 햇살에 땀흘리며 올라가, 무량수전 법당에 계신 부처님께 삼배를 올리고 잠깐 좌선을 했다.
오고가는 사람들 소리, 새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소리, 소리들이 고요하게 울렸다.
그들은 그들의 일을 했고 나는 내 일을 했다.

그날의 일몰은 그녀들과의 약속 시간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 몫으로 돌리고 옛 근무지로 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다음날 치르는 동창회 체육대회 준비로 운동장에 사람이 가득하여 차 안에서 학교 한번 보고, 교문 입구에서 잘 자라고 있는 목백일홍만 눈 마주치고 돌아왔다. 아쉬움은 있지만,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련은 갖지 않는 걸로~ 가질 수 있는 것만 충분히 느끼는 걸로~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부석사는 이 사진 각이 젤 잘 나옴
 

                   아름다운 낙조는 다른 사람들께 양보
 
퇴근한 그녀들을 만나 저녁을 먹고 서벽 별장으로 옮겨가서 맥주 잔치 벌렸다. 한 분은 시엄마의 갑작스런 입원으로 못오시고 여자들 셋이 맥주 앞에 두고 그동안 쌓인 이야기 풀고 다음날 바로 앞에 있는 백두대간 수목원행.

이 수목원도 할말이 참 많은데, 바로 앞에 있는 서벽중학교에 겸임 근무를 하면서, 좋은 자연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참 멋진 시간을 가졌다.
아~~~멋진 기억들~!
서벽 이야기들은 가슴에 두고, 봉화에 있을 땐 잠자는 모습만 보여주던 호랭이들이 뭔일인지 생생한 모습을 보여줘서 신났다. 몇 번을 어슬렁 다니고, 쉬야 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ㅋ~ 분수 뿜는 줄~

 
수목원 한바퀴돌고 점심 먹고 자판기 커피 마시며 헤어지는 인사말을 하는데, 벗 여여에게서 온 전화.
내가 여행 떠난 것을 아는 그녀가 왠일일까? 했더니, 3대 9년만에 토요일 소리공부 하러 가지 않고 짝지와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는데, 내가 있는 곳에 온다고.  즉흥적인 것은 나 못지 않는 그녀인지라, 그녀의 청은 언제나 환대, 콜~
원래 계획은 차박의 성지인 '육백마지기' 에 가서 나의 첫 차박의 팡파레를 울리려 했다.
밤에 별보고 웅장한 육백마지기 풍경을 중계하려고 마음 먹었는데, 인생이 뭐 계획대로 되던감요?
 
원주 지인의 원룸(나의 네트워크는 전국구임) 주소를 보냈다. 
원주도 내가 참~~~~좋아하는 곳이다.
(나는 모든 곳을, 다 좋아하는 것 같음). 
장일순선생님의 터살이 하신 곳이라 좋고,
뮤지엄 SAN을 너무너무 좋아하고, 소금산을 좋아하던 참에,
엄청 가까운 언니가 정년퇴직 후 이곳에서 기간제 자리를 얻어 살게 되었고(야~~~호~~), 이번 여행 일정에 언니와의 조인을 약속했는디, 언니가 갑자기 일이 생겨 대구로 갔고, 나는 그냥 육백마지기 가려고 했던 것인디, 결국은 언니집에서 그녀를 만나게 되네. 언니에게 사정을 이야기 했고, 그녀를 언니도 알고 있던지라, 노플라브럼~
 
그렇게 그녀와 그녀의 짝지가 원주로 날아와 곱창에 물탄 소주(내 愛酎) 마시고 담날 소금산 行.
전날 통화했던 동료 한분이 영주에서 원주로 날아와 넷이서 그 멋진 곳을 다님.
출렁다리 2개는 있었지만 이번에 가보고 입을 못 다뭄. 세상에나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된 산.
참 편리하고 내려올 때 다리 아픈 나로서는 무지 반가웠지만, 이래도 되는 겨?
2년만에 다시 방문한 소금산을 마음껏 누렸다.

영주서 한달음에 달려와주신 옛 동료, 반가워요 here&now)샘

 점심과 커피 대접 잘 받고 히앤나샘과 여여네와 빠이빠이를 하고 드뎌 600마지기 향하여 출발.
설렜다. 생에 처음으로 해보는 것 가운데 하나인 차박.
추석 전에 파주까지 가서 순정품 트렁크 덜어내고 거기에 차박할 수 있는 키트까지 맞춰 놓고, 여지껏 보고만 있었던 나의 별장~ㅋ
당일 피크닉(차크닉이라고 함)은 다녀와 봤지만, 그리고 이번 여행 때 쉼터에서 잠깐 쉬기도 해봤지만, 온전한 차박은 드디어 처음 시도해본다.

주변에서는 말들이 많다. '대단하다, 멋지다'에서부터(주로 남들~), '별스럽게 다닌다', '사서 고생한다'(가족들 중 일부, 보수파) 까지.
나는 원래 해보고 싶은 건 일단 해보는, 편인데, 환갑을 앞두고 정진하면서 체크는 하고 있지만 나를 계속 관찰해보니 이건 해 봐야 하는 거라고 결론이 나서 진행해 보는 거다.
(사실 체크..보다는 일단 해보는 편, 인 게 맞는 듯)
어쨌든, 드뎌 육백마지기를 간다.
 

올라가는 길, 마을을 벗어나서 만난 자작나무
6월에 야생화가 가득 폈을 때는 어떤 느낌일까? 이것으로도 좋았는데.
날이 흐려서 별은 못 봤규, 먼 풍경도 참 좋았슈~.

 

해진 후 서녘하늘
차 타고 다 올라와서 그런지, 산 정상 표지석 보고 웃음이~ 미안~
올라갈 땐 보지 못하고(너무 들떠서), 내려오던 길에 보았던~

그래서, 나의 첫 차박은 어땠냐규?
살짝 추웠던가? 괜찮았었나?
그 느낌도 벌써 전생의 일 같네요.
바람 소리 들으며 산꼭대기에서 직접 자 보규,
직접 체험해봐유~ 고것이 진짠께~
남들 얘긴, 다 가짜유~~~

아침에 일어나 마신 맥심 커피 한잔이 끝내줬고요,
따뜻한 봄날 꽃 필 때 다시 한번 가보고, 그때의 경험도 일러드릴 수 있이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