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旅.行.

나의 還甲 상념

metta-miya 2024. 8. 31. 21:35

64년 동짓달 갑진생. 
양력으로는 12월이 환갑이다.
 
평균 수명이 길어져, 환갑은 매년 돌아오는 생일 정도로 생각하는 세상이지만,
글쎄....
오래 전부터 나는 환갑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시 시작하는 六十甲子의 삶은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며 남은 삶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이자 그것을 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여,
어떤 방식이로든 나만의 '의식'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2017년 여름, 시사인에서 주관한 몽골 트레킹에 함께하면서 끝없는 초원을 걸었다.
출발 때의 소란함과 발랄함도 가라앉고, 침묵 속 저마다 세상에서 스스로를 만날 때,
문득 내 안의 한 소리가 들렸다.
'뭐하러 환갑 때까지 기다려? 지금 다녀오면 되지!'
 
2014년 마음 비추기 사계절 피정 마지막 여름 세션 때였던가?
부던히도 애쓰며 살아온 나 자신에게, 10년 후 환갑이 되면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을 발견했다.
그것도 3종 세트로~!
첫째가 '오로라 보여주기'였고
둘째는 '바이칼 호수에 몸 담그기'였고
셋째는 '삭발해 보기'였다.
 
아직 환갑이 되려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시점이었는데, 몽골 초원 뙤약볕 아래 긴 걷기에서, 마음의 소리가 들린거다.
'뭐하러 환갑 때까지 기다려? 지금 다녀오면 되지!'
 
그래, 뭐하러 기다려!
몽골에서 돌아와 바로 오로라 보러 가기 위한 준비부터 했다. 
그 마음 먹기는 2018년 1월 핀란드까지 가서 오로라를 봤고 그리스를 거쳐 겨울 산토리니까지 다녀온 멋진 시간으로 남았고, 그해 여름 두번째 선물을 나에게 주기 위해 바이칼로 떠났다.
그리고 마음에 품었던 오랜 바램대로 바이칼에 몸을 담궜다. 
 
삶의 고통(dukkha)에 쓰러지지 않고,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나에게,
내가 준 선물이었다.
淨化하는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로라를 만나고 바이칼에 입수했다.
 
그리고 세번째 삭발하기.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念이었다.
직장에 다녔던 때야 그렇다 하더라도 명퇴를 하고 난 후에는 못할 것도 없었는데, 쉽게 하지 못했다.
많이 벗어났는 줄 알았는데, 아직도 사람들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나를 발견했다.
그래, 그것이 생각만큼 쉽겠는가.
그런 나를 지켜 봤다.
그러다 드디어, 내게 딱 맞는 때,
지난 5월 21일, 삭발을 했다.
이런 저런 일들의 상황이 있었지만,
이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삭발을 하는 순간, 너무 가볍고 좋아서 웃음이 났다.
머리카락은 사람의 외모에서 무척 중요하게 보여지는 요소인데, 그것이 없어도 괜찮았다.
사람들의 시선도 생각만큼 불편하지 않았다.
역시 생각은 내가 만든 가짜, 환상이었다.
가짜에 속지 말고 실재를 만날 것.
 
그렇게, 환갑을 맞이하기 전,
내가 나에게 주고 싶었던 선물을 다 주었다.
그럼 끝인가?

지금도 난 매일 매일 선물을 받는 기분이다. 
삶으로부터.
매일의 삶이 참 고맙고 편안하다.
내게 生은 선물이다. 
살아 있음만큼 큰 선물이 어디있겠는가.
물론 죽음도 의미 있겠지만, 아직 죽음은..두렵다.
그래서 붓다의 Dhamma를 공부하는 것이지만.
 
작년 8월 31일자로 교직 35년을 마무리 짓고
명퇴를 했으니 딱 1년이 지났다.
그 1년 동안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고,
덕분에 귀한 공부도 했다.
어려움이 와도 쓰러지지 않고 거기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숙고하는 내가, 나는 참 고맙다.
 
인생의 후반부 2막.
정말 잘 살고 싶다.
아무 일 없는 일상이
그리고 이런 저런 일 있는 일상이 참 고맙다.
'무상으로 거저 주시는' 하루의 삶이 참 고맙고 귀하다.
 
지금 살고 있는 나의 인생 2막의 중심은 크게 2가지다.
부처님 법(Dhamma) 공부와 수행 그리고 여행이다.

2021년에 테라와다(초기 불교) 불교를 만난 후, 그동안 해왔던 나의 영성 공부와 신산했던 삶이 부처님 담마로 모아져 그분의 제자로 살아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란 것임을 알게 되었다.
참 신비로운 여정이다.

니까야를 읽으며
스승님 가르침 따라 善友(kaḷyāṇamitta)들과 함께 공부하고, 위빳사나 수행을 하면서 남은 삶을 살 것이다.
그리고 여학교 시절부터 품었던 길 떠남의 여정을 본격적으로 살아볼 것이다.
아니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
 
오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공연을 예매했다.
1월 24일, 오페라하우스에서 신데렐라 공연을 보며 호주에서의 마지막 밤을
사랑하는 여여와 함께 찬란히 보내리라.
1월 14일 시드니 도착 후 바로 멜번으로 가는 국내선도 예매를 했다. 큰 것은 완료한 셈이다.

요즘 나를 설램으로 채워주고 있는
베르나르 올리비에 선생님의 글,
<나는 걷는다>를 읽으며 이 밤을 채우리.